밤하늘이 번쩍하는 순간 정전이 되고 온 동네는 깜깜해졌습니다. 방문 밖 바다를 보는 순간 어머니와 저는 위기를 직감했습니다.
‘이번 태풍은 쎄구나’
잠궈 놓은 통 유리문이 거센 바람에 휘고 빗물인지 바닷물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물이 가게 바닥으로 들어오고 하얀 벽면은 방파제의 갯강구들이 들어와 까맣게 뒤덮고 있었습니다. 휘어지는 유리문을 밀어내면 비바람에 맞섰습니다. 하지만 이내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중요물건들만 급하게 가방에 담아 대피하려는 순간!
“아~악!, 엄마 해일이야!”
조금 전까지 온 몸으로 막아섰던 통유리 출입문이며 유리창들이 모조리 깨지면서 바닷물은 저의 가슴까지 차올랐습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이층집 지붕 높이만큼 솟구치는 해일속에서 저와 어머니는 바닷물에 잠겼다 떠올랐다를 반복했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 가재도구들을 헤치고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피신했습니다.
“ 우리집이 사라졌어”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비바람이 그치고 바다가 잠잠해지더군요. 언제 그랬냐는 듯 밤하늘은 여느 때처럼 고요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와 어머니를 덮치며 집 안으로 들이닥치던 바닷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해일이 쓸고 간 저희 집은 마치 이제 막 집을 짓기 시작하는 공사현장마냥 빨간 벽돌 기둥과 옥상만 남긴 채 텅 비어있었습니다 ......
(태풍 매미때 땡스에듀 에디터인 저 ‘하늘마음’ 찐 경험 후기입니다)
고마워U님
슈퍼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없길 바래봅니다.
'힌남노'가 과거 태풍 ‘사라’와 ‘매미’를 능가하는 슈퍼 태풍이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저는 2003년 9월 12일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태풍을 겪어본 입장에서 태풍 소식은 매번 긴장하게 합니다. 고마워U님들 중에서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해 보신 분도 계시겠죠? 이번 호에서는 고마워U님과 함께 점점 강력해지는 태풍의 위력에서 지구가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 합니다.
태풍은 자연재해인가요?
태풍은 자연재해입니다.
태풍(颱風, typhoon)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의 통칭, 또는 이 저기압대의 이동에 따른 자연재해입니다.
다 알고 있는 건데 새삼스레 왜? 슈퍼 태풍 이라고 들어봤어?
태풍은 적도 가까운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발생하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합니다. 통상 태풍은 적도 인근 바다에서 만들어져 고위도로 북상하면서 낮은 수온의 바다를 만나거나 육지로 진출하여 그 세력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문제는 슈퍼 태풍입니다 ‘사라’, ‘매미’, ‘힌남노’와 같은 태풍은 슈퍼태풍으로 비와 바람의 강도가 더해져 중심 부근의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7미터 이상이었습니다. 이는 바위와 사람을 날려버리고 건물을 붕괴시킬 만큼의 위력을 가진 강도인데요.
태풍은 자연 현상이지만슈퍼 태풍이 존재하게 된 것은 어쩌면 인간 활동의 결과가 아닐까요?
지난 40년동안 꾸준히 강해져..
‘IPCC 제 1차 실무그룹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태풍의 파괴력은 지난 40년 동안 꾸준하게 강력해졌다.’고 합니다. 또한 ‘2020.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의 한반도 영향 태풍 분석보고서’에 서는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에 영향을 준 ’매우 강‘ 이상의 태풍 발생 빈도는 50% 이상을 차지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슈퍼 태풍은 왜 이렇게 강해지는 걸까요?
슈퍼 태풍은 기후위기에 대한 지구의 경고!
과학자들은 더욱 강력한 슈퍼 태풍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합니다.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2배 증가하면 태풍의 빈도는 줄어들지만 3등급 이상의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4배까지 이르게 된다면 강수량은 현재 대비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출처: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의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개재한 논문>
지구 온난화가 슈퍼태풍의 원동력!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는 바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가 가열이 되어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많은 양의 수증기가 발생합니다. 이는 태풍이라는 엔진에 수증기라는 연료를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발생한 태풍은 물폭탄과 거센 바람을 장착한 슈퍼급 태풍이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태풍이 발생하지 않아야 할 지역에서도 태풍이 발생하게 되는데 실제로 역대급 슈퍼 태풍들은 적도 부근이 아닌 고위도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태풍의 발생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순환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원래 태풍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어!
태풍은 본래 적도의 고온을 저온인 극지방으로 이동시켜 지구의 열에너지 순환을 통해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시킵니다. 또한 해수를 순환시켜 적조와 녹조를 감소시키고 산소를 공급하여 해양 생물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주지요. 인간활동으로 인해 일어난 지구온난화, 그에 따라 더욱 심각해지는 자연재해는 결국 '제 발등 찍기'인 격이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는 답
자연재해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자연의 힘'을 모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를 애써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욱 강력해지고 매번 역대급을 갱신하며 더 자주 더 많이 찾아오는 자연재해는 더 넓은 지역과 더 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는 안됩니다. 다음 자연재해를 나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자연재해를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간단하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돈이 덜 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을 줄여서 지구의 온도를 낮추거나 더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요.
고마워U님,
우리가 나무를 베어내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닐에 싸서 땅에 묻고 불에 태울 수 있다고 해서 자연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태풍 매미의 거센 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보려 했던 저의 행동은 정말 무모했다는 것을 이제는 절실히 느낍니다.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자연재해를 통해 보내는 지구의 경고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우리 함께 지구에 감사할 수 있는 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떡해야 할지 매일 매일 생각해 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