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과정을 읽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그동안 저는 교육인싸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브루타. 교실놀이. 액션러닝. 핫하다는 모든 걸 했습니다. 애들이 좋아했습니다. 제 콧대가 높아집니다. 참교사가 여기있고 설리번이 여기있습니다. 제가 맞는 길로 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압니다. 저희 반은 망망대해 위에 조류에 휩쓸려다니는 일개 배 한 조각이었습니다. 선장이라는 교사가 목적도 없이 교사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으니까요.
모든 교육 활동에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는지를 늘 생각하며 목적지를 알고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저 멀리 있는 목적지를 생각하며 넓은 시야를 가지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합니다. 저는 2022개정교육과정, 즉 국가 교육과정이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바로 목적지입니다. 목적지에 닿는 방법은 여러 가지 길이 있을겁니다. 그 다양한 길들이 바로 교사교육과정이겠죠. 교사는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돌다리를 놔주어야 합니다. 목적지를 모르고 당장의 차시목표만 보고 구성하는 수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좁은 시야를 가진 자의 돌다리가 맞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까요? 돌다리를 놓든 나무다리를 놓든 물속을 헤엄쳐 가든 방법은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최종 목적지는 알고 넓은 시야로 교사교육과정을 구성해야하지 않을까요?
두 번째 국가교육과정의 역할은 울타리입니다. 교사와 학생들은 이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면 됩니다. 목적지로 가는 데 방향을 잃지 않도록,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최소한의 울타리를 쳐줍니다. 교사의 교권을 지켜주는 안전바리게이트의 역할도 해줍니다. 국가교육과정만 따라해도 우리는 교사로서의 책무를 한 거 아닐까요? 한 마디로 나라가 정한 거는 다했는데 누가 뭐라하겠습니까? 시킨 거는 다했는데 설마 교직에서 쫓아내겠나요...?
국가교육과정을 한 번 읽으니 그 동안 의미없다 생각했던 것들이 달리 보입니다. 예전에는 공간혁신, 민주학교 등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사업들이 의미 없다 생각했습니다. 세금낭비라 생각했죠. 왜 교육청은 쓸데 없는 사업만 벌이냐고 볼멘 소리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그 사업들이 큰 목적지를 향하는 작은 돌다리임을 압니다. 국가교육과정을 모르던, 시야가 개미눈꼽만하던 저에게는 그 사업들이 굴러다니는 돌멩이로 보였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게 모여서 목적지를 향하는 다리가 됨을 알게 된거죠. 교육부에서 혹은 교육청에서 하는 모든 일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비난하는 것과 다 아는 사람이 비판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